
[이코리아]우리투자슬롯 머신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출시하고 본격적으로 리테일 시장에 뛰어들었다. MTS 출시를 기념해 수수료 무료 이벤트까지 진행하며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기 시작한 만큼, 후발주자로서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우리투자슬롯 머신은 지난달 31일 ‘우리WON MTS’를 출시하고 국내 주식 중개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해 8월 우리종합금융과 한국포스슬롯 머신의 합병을 통해 탄생한 우리투자슬롯 머신은 출범 당시 투자중개업(슬롯 머신) 추가등록과 단기 금융업 인가를 받았으며, 올해 2월 한국거래소에서 슬롯 머신거래회원 전환을 승인받아 리테일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직관적이며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사용자화면(UI)을 기반으로 설계된 ‘우리WON MTS’는 인공지능(AI) 기반의 ▲맞춤형 콘텐츠 ▲개인화 알림시스템 ▲실시간 뉴스 연동 기능 등 다양한 기능을 탑재했다. 우리투자슬롯 머신은 ‘우리WON MTS’를 단순한 주식거래 앱을 넘어서 해외주식·채권, 연금, AI기반 자산관리 서비스까지 연계하는 종합 디지털 금융플랫폼으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우리투자슬롯 머신은 MTS 출시를 통해 리테일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우리투자슬롯 머신은 MTS 출시를 기념해 ‘우리WON MTS’에서 비대면으로 계좌를 개설한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연말까지 주식거래 수수료를 면제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비대면 계좌 개설 고객이 ‘우리WON MTS’에 로그인하면 수수료 무료 혜택이 자동 적용된다.
우리투자슬롯 머신의 리테일 시장 진출은 임종룡 회장 취임 후 적극적으로 비은행 부문 강화 전략을 추진해온 우리금융그룹에게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도전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순이익에서 우리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98%에 달할 정도로 은행 의존도가 높다. KB·신한·하나금융 등 다른 금융그룹의 비은행 계열사 기여도가 20~40% 수준인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아직 동양·ABL생명 인수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우리투자슬롯 머신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은 그동안 추진해온 우리금융 비은행 강화 전략의 성패를 가늠할 가장 중요한 열쇠로 꼽힌다. 만약 우리투자슬롯 머신이 후발주자로서 시장 입지를 단기간 내 확보하는데 성공한다면 우리금융의 비은행 강화 전략도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앞서 우리투자슬롯 머신은 지난달 19일 금융당국으로부터 투자매매업(슬롯 머신·인수업 포함) 인가도 획득했다. 기업공개(IPO)나 파생상품 거래 등 기업금융(IB) 업무를 영위할 수 있게 되면서 종합슬롯 머신사로서의 기반을 마련하게 된 것. 우리투자슬롯 머신이 출범 당시 목표로 제시한 ‘IB와 디지털이 강한 종합슬롯 머신사’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면, 그동안 우리은행이 홀로 견인해온 그룹 실적을 함께 이끌 수 있게 된다.
다만 최근 슬롯 머신업계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데다 중소형 슬롯 머신사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우리투자슬롯 머신이 시장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IB 중심의 수익구조를 다져온 메리츠슬롯 머신이 국내외 주식 수수료 무료 정책을 통해 리테일 시장에 본격 진출한 데다, 토스슬롯 머신, 카카오페이슬롯 머신 등 빅테크 슬롯 머신사가 기존 고객기반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젊은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아직 고객기반이 두텁지 않은 우리투자슬롯 머신이 빠르게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리금융 슈퍼앱과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12월 모든 계열사의 핵심 서비스를 탑재한 슈퍼앱 NEW(뉴) ‘우리WON뱅킹’을 출시했는데, 우리투자슬롯 머신의 서비스는 아직 슈퍼앱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후발주자인 우리투자슬롯 머신이 사용자 수가 수백만 이상인 경쟁사와 어깨를 견주기 위해서는 별도의 앱을 운영하는 것보다 ‘원앱’ 전략을 추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공격적인 영업과 시장 입지 확보를 위해 지주사의 꾸준한 자금 지원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투자슬롯 머신은 지난해 26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출범 첫해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기준 1조1453억원으로 국내 슬롯 머신사 중 18위 수준이다. 슬롯 머신사는 자본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할 수 있는 사업 범위가 확대되기 때문에, 수익 창출력을 강화하려면 지속적인 자본확충이 필수적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지난해 말 기준 12.13%로 양호한 편이지만 KB(13.53%), 하나(13.22%), 신한(13.06%) 등 4대 금융지주 중에서는 가장 낮은 편이다. 여기에 만약 동양·ABL생명 인수가 확정되면 우리투자슬롯 머신에 대한 지원 여력은 당장은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임종룡 회장이 우리투자슬롯 머신을 위해 2조원 규모의 계열사 공동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히는 등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내보인 데다, 우리금융의 실적도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우리투자슬롯 머신에 대한 자금지원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종합슬롯 머신사로 발돋움한 우리투자슬롯 머신이 “5년 내 자기자본 3조원을 달성해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10년 내 초대형 IB로 도약하겠다”는 출범 초 선언을 지킬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