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바카라사이트 내 괴롭힘으로 인한 피해가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은 여전히 부실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용기를 낸 피해자가 오히려 보복을 당하는가 하면 일부 사업장의 경우 여전히 보호 테두리 밖에 놓여있어 ‘바카라사이트 갑질’ 근절 대책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근로복지공단과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바카라사이트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산업재해 인정 건수는 올해 8월까지 129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바카라사이트 내 괴롭힘은 “바카라사이트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지난 2019년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바카라사이트 내 괴롭힘 금지가 명문화됐지만, 이후에도 바카라사이트 내 괴롭힘으로 인한 피해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실제 바카라사이트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산재 인정 건수는 근로기준법이 개정된 지난 2019년 20건에서 2020년 72건, 2021년 131건 2022년 138건, 2023년 185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8월까지 129건으로 예상대로라면 지난해보다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카라사이트 내 괴롭힘으로 인한 피해는 때로 사망에 이를 정도로 심각해질 수 있다. 이용우 의원실에 따르면, 2019년 이후 바카라사이트 내 괴롭힘으로 근로자가 사망한 사고에 대한 산재 신청은 29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산재로 인정된 것은 16건이다.
근로기준법 개정 후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바카라사이트 내 괴롭힘 신고 건수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고용부에 접수된 바카라사이트 내 괴롭힘 신고는 총 1만28건으로 하루 평균 27.5건이 접수됐다. 지난 2019년(7~12월) 2130건이었던 바카라사이트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2020년 5823건, 2021년 7774건, 2022년엔 8961건, 지난해 1만28건으로 4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바카라사이트 내 괴롭힘 사례가 늘어나고 있지만, 근로기준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아직 피해예방을 위한 대처는 미흡한 상태다. 무엇보다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사각지대가 너무 크다.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고용부에 접수된 바카라사이트 내 괴롭힘 신고는 총 4만3446건으로, 이 가운데 ‘기타’로 처리된 경우가 52.8%(2만4183건)에 달한다. ‘기타’는 5인 미만 사업장으로 근로기준법에서 제외되거나 법 위반 사항이 없는 경우 등을 포함하는 범주다.
현재 근로기준법은 5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며, 대통령령으로 정한 일부 조항에 대해서만 5인 미만 사업장에도 적용된다. 하지만 바카라사이트 내 괴롭힘 금지 조항(76조 2·3항)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약 17%가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다.
여기에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및 플랫폼종사자, 프리랜서 등을 포함하면 바카라사이트 내 괴롭힘 금지법의 사각지대는 상당히 넓다고 볼 수 있다. 한국노총은 지난해 발간한 ‘바카라사이트 내 괴롭힘 실태와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원·하청 및 제3자에 의한 괴롭힘까지 포함하면 사각지대의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측된다”라며 “바카라사이트 내 괴롭힘 조항이 근로기준법 내에 마련됨에 따라 바카라사이트 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가 가장 필요한 노동자가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근로자가 회사 내에서 발생한 괴롭힘을 신고해도 실질적인 조사는 회사가 맡게 된다는 점도 문제다. 근로기준법 76조 2항은 “사용자는 바카라사이트 내 괴롭힘 신고를 접수하거나 바카라사이트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그 사실 확인을 위하여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이 직접 바카라사이트 내 괴롭힘 사건을 조사하거나 외부기관을 골라 조사를 위탁할 경우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는 바카라사이트 내 괴롭힘 피해자들이 보복 갑질을 두려워해 신고를 망설이게 되는 가장 큰 이유다. 실제 시민단체 바카라사이트갑질119가 여론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바카라사이트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바카라사이트 내 괴롭힘을 당한 후 신고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10.3%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근로기준법에 피해자의 입장을 고려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강제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국노총은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조사 주체에 대해 바카라사이트 내 괴롭힘 사건의 조사를 위해 내부 조사기구 구성 시 반드시 피해자가 지정한 조사위원을 포함해야 하고, 바카라사이트 내 괴롭힘 사건을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기관에 위탁 시 최근 3년 이내 사용자를 대리하거나 자문한 기관을 선임할 수 없음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용우 의원 또한 “사용자에 의한 바카라사이트의 경우, 가해자가 ‘셀프조사’를 하지 못하도록 조사 주체에서 사용자를 배제해야 한다”며 “11월 중 사용자의 ‘셀프조사’를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