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리아] ‘사이버 렉카’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이버 렉카가 활동하는 대형 플랫폼에 이들을 걸러낼 책임을 부과하는 한편, 메이저사이트 수용자도 사이버 렉카가 생산한 가짜메이저사이트를 판별할 수 있도록 디지털 리터러시(문해력)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사이버 렉카는 유명인이 연루된 부정적 사건·사고를 핵심 소재로 컨텐츠를 만드는 이슈 유튜버들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이들은 이슈가 발생하면 사실관계에 대한 확인·검증 없이 즉각 자극적인 컨텐츠를 만들어 대중의 관심을 끌고 수익을 창출한다. 이 과정에서 이들이 만들어낸 자극적인 가짜메이저사이트나 왜곡된 정보가 확산돼 피해가 커지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사이버 렉카의 무분별한 컨텐츠 생산을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최근 구제역, 주작감별사, 카라큘라 등의 메이저사이트 렉카가 유튜브 쯔양에게 과거를 폭로하겠다며 협박해 금품을 갈취한 사건이 공개돼 상당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바 있다. 이들은 현재 공갈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다. 또한 가수 장원영, 강다니엘 등에 대한 허위 영상을 제작해 유포한 탈덕수용소도 명예훼손 혐의로 1심에서 각각 1억원, 1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주목 받는 사건 외에도 메이저사이트 렉카의 크고 작은 폐해는 셀 수 없다. 실제 경찰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23년 메이저사이트범죄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메이저사이트 명예훼손·모욕 범죄 건수는 지난 2022년 기준 2만9258건으로 2014년(8880건) 대비 229%나 증가했다.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발생 건수는 지난해 기준 1만1708건으로 2019년 7594건 대비 54.2% 늘어났다. 경찰청은 “유튜버·연예인 등 사회 유명인에 대한 무분별한 악성 댓글과 인터넷을 이용한 가짜메이저사이트 등의 피해사건이 늘어나면서 사이버명예훼손·모욕 범죄도 증가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 메이저사이트 렉카 걸러낼 ‘미디어 리터러시’ 함양해야...
사이버 렉카의 폐해가 커지면서 처벌 및 규제 강화 등의 대책이 논의되고 있지만, 메이저사이트 수용자가 자극적인 사이버 렉카발(發) 가짜메이저사이트를 판별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국내 메이저사이트 수용자들은 대부분 사이버 렉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문제는 메이저사이트 수용자들이 사이버 렉카가 만들어낸 허위정보에 지나치게 노출돼있는 반면, 이를 걸러낼 ‘미디어 리터러시(문해력)’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50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1.4%가 사이버 렉카가 만든 유명인 관련 컨텐츠를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뜸하게 한 번씩 이용’한다는 응답자가 44.9%로 가장 많았지만, ‘주 1~2일 이상’ 사이버 렉카 컨텐츠를 소비한다는 응답자 비율도 26.5%로 적지 않았다.
메이저사이트 수용자들은 사이버 렉카가 ‘추측성 내용 및 근거 없는 의혹제기를 주로 다룬다’(84.6%)고 생각하고 있으며, ‘사건 자체를 자극적·선정적으로 다루는 데 집중한다’(89.2%)고 보고 있다. 대부분의 메이저사이트 수용자가 사이버 렉카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
문제는 사이버 렉카가 만들어낸 자극적 컨텐츠를 걸러낼 필터가 있느냐다. 법·제도와 플랫폼의 자율규제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거름망을 모두 피해 메이저사이트 수용자에게 도달하는 사이버 렉카가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메이저사이트 수용자의 디지털 리터러시를 향상시킬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보가 유통되는 현재 요구되는 정보 활용 능력을 말한다. 단순히 읽고 쓰는 능력을 넘어 매체를 통해 접한 정보의 진위 여부와 가치를 판별·평가하고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수집·조합하는 능력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특히 디지털 미디어에 친숙한 젊은 세대일수록 메이저사이트 렉카 컨텐츠에 노출된 위험이 큰 만큼, 아동·청소년·청년 세대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제고하는 것은 중요한 사회적 과제다. 하지만 현재 국내 청소년들의 디지털 리터러시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OECD가 15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결과에 따르면, 한국 청소년의 ‘읽기’ 능력은 527점으로 OECD 평균인 476점을 상회했다. 하지만 디지털 문해력과 관련된 평가 내용만 따로 분석한 결과 한국 청소년이 디지털 텍스트 안에서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능력은 오히려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한국 청소년의 식별률은 25.6%로 OECD 평균(47.4%)을 21.8%포인트 하회했다.
◇ 주요국, 디지털 매체 출현 이전부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추진
그렇다면 정말 디지털 리터러시를 높이면 사이버 렉카의 가짜메이저사이트를 걸러낼 수 있을까? 보스턴 칼리지 연구진은 지난 2019년 발표한 논문에서, ‘정보 리터러시’가 높은 독자일수록 가짜메이저사이트를 식별할 가능성이 높다며 리터러시가 가짜메이저사이트의 해악에 대한 ‘예방접종’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연구진이 지난 2021년 발표한 ‘메이저사이트리터러시와 가짜메이저사이트 식별능력 간 관계에 대한 연구’ 논문에서도 ‘메이저사이트 리터러시’가 가짜메이저사이트 식별 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메이저사이트 리터러시’는 메이저사이트에 대한 비판적 평가, 메이저사이트 생산과정 및 사회적 영향력에 대한 이해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연구진은 한국사회과학조사의 2019년 설문조사자료를 통해 메이저사이트 리터러시가 가짜메이저사이트 식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는데, 연구 결과 메이저사이트 리터러시가 높은 독자일수록 가짜메이저사이트를 더 잘 식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해외 주요국은 이미 교과과정에 아동·청소년의 리터러시 함양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추가하고 있다. 핀란드의 경우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나타나기 이전인 지난 1960년대부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시작했으며,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가짜메이저사이트 유포 문제가 심각해진 2013년부터는 미디어와 정보 리터러시를 중심으로 강화된 미디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영국 또한 1980년대부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학교 교육에 도입했으며, 2000년대 이후로는 이를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으로 확대 시행했다. 영국의 리터러시 교육은 방송통신 규제기관인 오프컴(Ofcom)을 중심으로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 교육부 등 다양한 기관이 참여해 진행되고 있으며, 중학교 졸업시험 및 대학입학시험에도 ‘미디어 연구’ 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비중을 늘리고 있다.
물론 리터러시 교육과 함께 메이저사이트 렉카에 대한 규제도 동시에 추진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단순한 처벌 강화를 넘어 메이저사이트 렉카가 만든 유해 컨텐츠가 유통되는 대형 플랫폼에 대한 행정적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발표한 ‘메이저사이트 렉카 문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보고서에서 “메이저사이트렉카에 대한 대응은 형사처벌의 신설이 아닌 플랫폼에 대한 행정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에서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며 “ 메이저사이트렉카 대응 차원에서 별도의 규정 마련시 플랫폼 사업자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의무를 부여하되, 미이행시 규제기관이 개입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조항은 두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